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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조선일보]얼음 바다에서도 '멀쩡한' 물고기들

[소년조선일보 2008.2.3]

[깜짝! 초능력 동물원] 얼음 바다에서도 '멀쩡한' 물고기들

차가운 남극 지역, 120종 어류 살아
'부동 단백질' 몸 안에서 만들어

한겨울에 얼음물에 손 집어 넣어본 사람? 잠깐인데도 손에 감각이 없어질 지경이니 그런 물 속에서 목숨을 부지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 싶다. 그러고 보니 영화 ‘타이타닉’의 남자 주인공도 얼음물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거 참, 안 그래도 몸서리치게 추운데 왜 자꾸 추운 이야기냐며 투덜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좀 더 추운 곳으로 가보자. 연평균 기온이 섭씨 영하 55도라는 남극. 얼음까지 둥둥 떠다니는 바닷물 속에는 전 세계 2만 종의 어류 가운데 단 120종만이 살고 있다. 남극대구, 크리오테니아 암피트레타(Cryothenia amphitreta), 빙어 같은 그 물고기들은 어떻게 얼지 않고 살아 있는 걸까? 고래처럼 두꺼운 지방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펭귄처럼 털이 수북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몸의 일부가 얼어서 얼음 결정으로 변하면 조직이 파괴되어 더 이상 원래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손이나 발이 동상에 걸려 아예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는 유명 산악등반가들의 이야기처럼, 우리 몸은 일단 얼음이 되면 더 이상 살아있는 건강한 몸이 아니다.

그런데 물고기는? 신기하게도 물고기의 몸 안에서는 천연 부동액, 정확히 말해 부동 단백질(Antifreeze protein)이 나온다<부동(不凍)이라는 말은 ‘얼지 않는다’는 뜻. 추운 겨울, 자동차의 냉각수가 어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부동액’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 단백질은 몸이 얼음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액체 상태로 신나게 운동을 하고 있던 물분자들은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 움직임을 멈추고 서로 엉겨 붙으려는 성질이 있다. 즉, 얼음덩어리가 된다. 그런데 이 부동 단백질이 물분자들을 에워싸서 서로 붙는 것을 막다 보니, 결국 얼음이 되지 못한다.

이미 과학자들은 물고기의 이런 놀라운 능력을 인간 세상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실제로 얼마 전 일본에서는 빙어의 몸에서 부동 단백질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지만 워낙 양이 적고 비싸기 때문에 아직 실생활에 사용되진 못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부동 단백질을 이용, 얼지 않는 농작물 또는 과일을 만들거나, 사람의 장기나 혈액을 조직 파괴 없이 저온에서 보존하는 일에 이용하려고 연구 중이다. 또 얼마 전 독일에서는 물고기의 부동 단백질을 이용해서 얼지 않는 페인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부동 단백질을 이용하면, 곧 ‘냉동인간’의 꿈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산악인들은 더 이상 동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한겨울에도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세상의 비결이 물고기의 몸 안에 있다니!

빙어
바다빙어목 바다빙어과의 물고기. 대서양과 태평양에 살며, 세계적으로 10여 종이 있다. 20∼40cm 정도로 가늘고 길게 생겼다. 원래 빙어는 하천에서 알을 낳고 자라면 바다로 나가는데 하천이 댐으로 막혀 있는 경우, 민물에서 일생을 보낸다. 겨울철 낚시감으로 인기가 좋고, 맛이 좋아 회나 튀김으로 많이 먹는다.
글 : 김소희 동물칼럼니스트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소년조선일보 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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