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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조선일보]카우보이 볼라스 거미

[소년조선일보 2008.2.10]

[깜짝 초능력 동물원] 카우보이 볼라스 거미

쉬쉭~찰싹~ 팔매질의 왕!
거미집 짓지 않고 끈끈이 던져 사냥
페로몬으로 수컷 나방 불러 잡아먹어


옛날 서부영화를 본 적 있는지? 주인공과 악당의 총싸움 대결도 인기였지만, 밧줄을 던져 상대방을 제압하는 장면도 통쾌하다. 흙먼지를 휘날리며 말을 달리던 주인공이 돌멩이가 달린 밧줄을 휘휘 돌리다가 악당을 향해 던지면, 달아나던 악당이 순식간에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무거운 돌멩이의 원심력 덕분에 온몸이 밧줄로 휘감겨 버린 악당은 꼼짝없이 무릎을 꿇게 된다.
거미 중에서 이런 팔매질을 엄청나게 해내는 녀석이 있다. 바로 ‘볼라스 거미’다. 볼라(Bola)는 스페인어로 공(ball)을 뜻하는데, 남미의 원주민이나 카우보이들이 끝에 쇳덩어리를 매단 밧줄을 던져 동물을 잡을 때 썼던 도구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제 왜 이름이 볼라스 거미인지 눈치챘겠지?
대부분의 거미는 끈적한 거미줄을 쳐놓고 먹이가 걸리길 기다리지만, 볼라스 거미는 거미집을 짓지 않고 먹이를 잡는다. 어떻게? 카우보이들이 동물을 잡을 때 사용했던 ‘볼라’를 만들어 팔매질을 하는 것. 볼라스 거미는 거미줄을 뽑아 동그란 뭉치를 만든 뒤, 가는 줄에 연결한다. 끝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실을 상상하면 된다. 일단 멋진 사냥도구는 만들어졌고, 이제부터 한정 없이 먹이감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볼라스 거미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는 나방이다. 암컷 나방은 짝짓기를 하기 위해 수컷을 유혹하는 ‘페로몬’을 내뿜는데, 얼마나 나방을 좋아했는지 볼라스 거미는 이 페로몬을 똑같이 흉내내는 법을 배웠다. 느긋하게 볼라를 앞발에 늘어뜨린 채 이 페로몬을 내뿜고 있으면 수컷나방들이 꼬이기 시작한다(덕분에 볼라스 거미의 먹이는 대부분 수컷 나방이다).
부푼 꿈을 안고 페로몬을 따라 온 수컷 나방이 가까이 다가오면, 볼라스 거미는 순식간에 볼라를 휘둘러 나방을 때려잡는다. 끈끈이에 붙은 수컷 나방은 꼼짝없이 거미밥 신세가 된다. 나방뿐만 아니라 가까이 날아가는 어떤 곤충도 정확하게 잡는다. ‘쉬쉭~ 찰싹, 쉬쉭~ 찰싹’. 아쉽게도 이 ‘볼라’는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에 밤새도록 무한정 나방을 잡을 수는 없다. 보통 하룻밤에 잡을 수 있는 나방은 7∼8마리 정도라고 한다. 카우보이가 사냥하는 모습과도 비슷하고,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던지는 모습과도 비슷해서 낚시꾼 거미라고도 한다.

우리 몸에서 끈끈한 줄이 나온다면, 게다가 멋진 팔매질을 할 수 있다면, 세상에 나쁜 놈들은 다 사라질 텐데. 또 굳이 원하는 물건을 가지러 갈 필요도 없어지겠다.
“얘야, 리모컨 좀 가져오거라!”
“쉬쉭~ 찰싹. 여기 있어요.”
무적의 끈끈이 팔매질로 앉은 자리에서 모든 걸 끌어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새똥' 같은 생김새

세계적으로 60여 종이 있다. 미국, 아프리카, 호주에 산다. 암컷의 크기는 약 15mm, 수컷은 2mm로 훨씬 더 작다. 어떤 종들은 꼭 생김새가 새똥 같아서 활동하지 않는 낮 시간에도 어딘가에 숨어있을 필요가 없다. 어떤 종들은 거미들이 사는 곳에서 많이 발견되는 달팽이껍질을 닮은 녀석도 있다. 볼라스 거미의 무기인 끈끈이 덩어리의 크기는 지름이 약 2.5mm이다. 어떤 종은 한 개의 거미줄에 여러 개의 끈끈이 덩어리를 매달기도 한다.
글 : 김소희 동물칼럼니스트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소년조선일보 200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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