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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조선일보] 입으로 ‘새끼를 낳는’ 가스트릭 브루딩 개구리

[소년조선일보 2008.2.17]

[깜짝 초능력 동물원] 입으로 ‘새끼를 낳는’ 가스트릭 브루딩 개구리

자신의 알을 꿀꺽!
안전한 뱃속에서 개구리로 자라
어미는 소화기능 정지 6~7주 동안 못 먹어


배가 남산만한 개구리가 어느 날 입을 벌리더니 자기랑 꼭 닮은 작은 개구리를 내뱉었다고 생각해 보자.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동안 과학 시간에 배운 바에 따르면 개구리는 당연히 알을 낳고, 올챙이 시절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나온 뒤에 폴짝폴짝 개구리가 되는 거니까 말이다. 개구리가 알이 아닌 개구리를 낳는다는 것도 놀랍지만 ‘입(식도)’으로 새끼를 낳는다니 상상력이 지나쳤다 싶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이런 개구리가 있다면?
가스트릭 브루딩 개구리(Gastric-brooding frogㆍ위에서 새끼를 키우는 개구리라는 뜻)도 다른 개구리와 마찬가지로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수정을 시킨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기껏 수정시켜 놓은 알을 ‘꼴까닥’ 삼켜버린다. 으악, 자기 새끼들을 잡아먹다니? 세계 최고의 엽기괴물이 탄생했나 싶지만, 사실은 안전하게 새끼를 키우기 위한 행동이다.
엄마의 위에 들어간 알이 그 속에서 머무는 시간은 6∼7주 정도. 그런데 어떻게 소화가 되지 않고 개구리가 될 때까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걸까? 개구리의 위에서도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강한 위산이 나오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비밀은 알에 있다. 알을 싸고 있는 투명한 젤리 속에는 특수한 화학물질(프로스타글라딘E2)이 들어있다. 소화기능을 정지시켜버리는 물질이다.
이들에겐 엄마의 위장 속이 무시무시한 위산이 터져 나오는 소화기관이 아니라 따뜻하고 안전한 인큐베이터다. 알에서 태어난 올챙이도 동일한 물질을 분비해서 계속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을 유지한다.
한 번에 2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 가스트릭 브루딩 개구리. 이 20여 마리의 새끼들이 올챙이 시절을 거쳐 개구리로 커버리면, 비좁은 엄마의 위가 터져버리진 않을까? 다행히 이 화학물질은 위벽을 부드럽게 만들어 위가 잘 늘어나게 하는 역할도 한다. 덕분에 엄마의 위는 몸 속의 빈 공간들을 가득 채울 만큼 계속해서 늘어난다. 위에 눌려 오그라든 폐 때문에 피부 호흡에 더 많이 의지해 숨을 쉬어야 하고, 소화기관이 정지되어버린 탓에 아무 것도 먹을 수도 없지만, 모든 가스트릭 브루딩 개구리들이 거치는 과정이다. 아아, 엄마의 위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진지하게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6∼7주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한없이 커져가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가스트릭 브루딩 개구리. 우리들을 위해 몇 달을 입덧으로 고생하며 10달간 무거운 몸으로 보냈을 엄마에게 ‘고맙습니다’ 인사를 드려보자. 엄마 사랑해요!
호주에서 1973년 발견 환경 오염으로 멸종된 듯
호주, 퀸즐랜드의 비가 많이 내리는 우림지역에만 살았던 개구리. 1973년에 처음 발견되었지만, 불과 10여 년 후인 1980년대 중반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멸종 이유는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가 꼽히고 있다. 수컷은 몸길이 3∼4cm, 암컷은 4.5∼5.5cm, 두 종류가 있는데 좀 더 북쪽에 살던 종이 조금 더 컸다. 물 속 혹은 땅 위의 바위틈, 풀 숲에서 발견되었고 겨울에는 겨울잠을 잤다. 작은 곤충을 먹고 살았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면들이 많은 채로 사라져 버렸다.


글 : 김소희 동물칼럼니스트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소년조선일보 2008.2.17]

바로가기 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17/20080217004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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