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칼럼니스트
동물칼럼 (259)
나 혼자 수다 (9)

동물칼럼 > 동물칼럼
  [소년조선일보]아가야, 무덤이 아니라 따뜻한 요람이야

[소년조선일보 2008.3.2]

[깜짝 초능력 동물원] 아가야, 무덤이 아니라 따뜻한 요람이야

알을 묻어버리는 무덤새

보통 새들은 몇 주 동안 정성껏 알을 품어 새끼를 부화시킨다. 그런데 알을 품기는커녕 알을 깊은 흙더미 속에 파묻어 버리는 새가 있다. 가엾은 새끼들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고?

이름마저 무시무시한 ‘무덤새’가 그 주인공인데, 이 녀석들의 둥지가 ‘으악! 이런 곳에 웬 무덤이?’라고 생각하기 딱 좋을 만큼 땅 위로 봉긋 솟아오른 모양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한편, 영어 이름은 메가포드(megapodeㆍ‘거대한 발’이란 뜻)인데, 큰 발로 엄청난 양의 흙더미를 퍽퍽 헤쳐가며 둥지를 짓는 행동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 정도면 ‘뭔가 둥지가 심상치 않나보다!’ 하는 느낌이 팍팍 오지 않는지?

무덤새 수컷은 새끼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새끼를 위한 집을 짓는다. 일단 크기가 엄청나다. 먼저 깊이 1m, 지름이 2m 정도 되는 구덩이를 판 뒤,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 낙엽, 나무부스러기들을 가져와 구덩이를 메운다. 그 위에 포클레인 같은 발을 이용해 모래와 흙을 덮으면서 점점 둥지가 땅 위로 불룩 솟아오르기 시작하고 결국 높이 1m, 지름 4∼5m 커다란 무덤 모양의 둥지가 완성된다. 겨우 닭만한 녀석이 웬 집 욕심이 그리 많은지, 사람 몇 명은 너끈히 들어가 누울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자 이제 둥지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안에 있는 나뭇가지와 낙엽 등이 썩으면서 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체온 대신 ‘퇴비’가 내는 열로 알을 부화시킬 계획인 것. 점점 열이 높아져 ‘알까기’에 딱 좋은 섭씨 32∼34도 사이가 되면(그러려면 약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암컷이 그 안에 알을 낳는다. 어째 새끼들을 퇴비 속에서 태어나게 한다는 게 좀 찜찜하지만,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천연부화기’를 완벽하게 작동시키는 아빠 무덤새의 능력과 노력은 정말 놀랍다.

연구 결과, 천연부화기의 온도가 항상 33도로 유지된다는 것과 수컷의 부리와 혀가 온도계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컷은 수시로 부리를 흙더미 속에 집어넣어 온도를 확인하는데, 그야말로 달인의 경지에 이르러 ‘아, 애들이 좀 춥겠구나’ ‘아, 애들이 땀 좀 흘리겠는걸?’을 정확히 안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구멍을 파서 열이 빠져나가게 하거나 그늘진 곳의 시원한 흙더미를 끌고 와 뿌린다. 해가 너무 뜨거우면 흙을 더 두껍게 쌓아 열이 직접 닿는 것을 막고, 낙엽이 다 썩어 퇴비의 열기가 식으면 흙을 걷어내 태양열이 곧장 전해지게 한다. 그래서 둥지는 때에 따라 무덤모양, 분화구모양, 혹은 더 높았다 낮았다 하며 그 모양이 계속 바뀐다.

이렇게 새끼들을 위해 수컷 무덤새는 하루에 30∼40kg의 흙더미를 나른다고 한다. 그것도 일년에 11달 동안이나! 하지만, 약 2달 후 태어난 새끼들은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없이 바로 숲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무덤새는>
꿩목 무덤샛과에 속하며 22종이 있다. 닭보다 약간 큰 크기로 어두운 회색빛에 검은색 갈색의 얼룩이 있다. 몸무게는 1.5∼2kg, 수명은 25∼30년. 곤충이나 씨앗과 식물을 먹고 산다. 암컷은 5∼10일에 거쳐 30∼35개 알을 낳는다. 새끼는 태어나면서부터 깃털이 모두 나 있고, 알에서 깬 지 한 시간 안에 달리고 24시간 안에 날 수 있다. 부모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곧장 독립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폴리네시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숲이나 덤불 등지에 산다.

글 : 김소희ㆍ동물 칼럼니스트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그림 : 이명하

[소년조선일보 2008.3.2]
글0개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매스컴 속 애니멀파크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하루616 디지털 유산어워드 전시관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