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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조선일보]장님동굴물고기 ‘눈 없어도 잘만 봐요’

[소년조선일보 2008.4.13]

[깜짝 초능력 동물원] 장님동굴물고기 ‘눈 없어도 잘만 봐요’

눈 없어서 못 볼 줄 알았지?몸으로 본다고! 장님동굴물고기


눈이 없다면 어떨까? 눈을 가리고 10m만 걸어보자. 의자에 걸려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책상 아래로 음료수나 필통이 떨어지고, 아수라장이 될 게 뻔하다. 어쩌면 다칠까 겁이나 아예 움직일 엄두조차 못 낼지 모르겠다.

멕시코의 지하 동굴 호수 속에는 ‘눈이 없는’ 물고기가 산다. ‘장님동굴물고기(blind cave fish)’들은 이름처럼 전혀 앞을 보지 못한다. 아예 눈이 없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근육과 피부만 있을 뿐이어서 어색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눈이 있는 다른 물고기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물 속을 누비며 잘만 살아간다. 어떻게? 안내해 주는 친구라도 있는 걸까?

장님동굴물고기도 처음부터 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아주 오래 전, 이들이 동굴 속 암흑 세계에 살게 된 이후로 점점 눈이 퇴화돼 없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으니 눈이 있어봐야 아무것도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고, 있으나마나 별 차이가 없으니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눈만 없는 게 아니라 몸 안에 멜라닌 색소도 없어서 피부 아래 있는 가는 혈관들이 그대로 비친다. 그 덕분에 핑크 빛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흰둥이인 셈이다(우리 머리카락이 까맣고 눈동자가 갈색이며 피부색이 노란 것 등은 다 멜라닌 색소 때문이다. 가끔씩 발견되는 흰 호랑이, 흰 사슴도 이 색소가 부족한 경우. 이들을 ‘알비노’라고 부른다).

비록 눈은 사라지고 없지만 장님동굴물고기는 ‘눈 부럽지 않은’ 예민한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촉각(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이다. 물론 사람도 촉각이 있지만 이들에 비하면 아주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 녀석들은 가까이 접근하는 다른 생물체들의 움직임은 물론, 자갈 모래 수초 같은 다양한 물체들, 물살의 흐름이나 진동 수압 등 아주 섬세한 변화들을 모조리 느낄 수 있다.

대부분 물고기의 몸통 옆면을 보면 머리에서부터 꼬리까지 이어진 가느다란 선, ‘측선’(옆줄)이 있는데, 장님동굴물고기는 이 측선의 기능이 유난히 더 발달해 주변 세상을 지도라도 보는 듯 낱낱이 알아챈다. 우리들은 눈으로 보는 세계 속에 살지만 장님동굴물고기는 몸으로 느끼는 세계 속에서 사는 셈이다. 우리도 촉각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정전이 되거나 캄캄한 귀신의 집에 들어가서도 아무 걱정 없겠다.

‘음, 오른쪽 10m 앞 나무 뒤에 숨어있던 귀신이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중이로구나! 오히려 내가 놀라게 해 주마! 으히히히!’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녀석들이야 눈이 없어도 잘 살고 있지만, 만약 우리가 갑자기 눈을 다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내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김소희ㆍ동물 칼럼니스트

장님동굴물고기
몸길이 약 9cm. 중앙아메리카의 파나마공화국, 멕시코가 원산지. 수명은 5년 이상이며 무엇이든 먹는다. 성격은 매우 온화한 편이다. 암컷이 조금 더 크지만 그 외에는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암수가 똑같이 생겼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레드리스트(Red List :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에 대해 발표하는 보고서)에 등록된 멸종위기종이다.
글 : 김소희 동물칼럼니스트

애니멀파크(www.animalpark.or.kr)

[소년조선일보 200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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